일본 세토 내해의 작은 섬 나오시마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섬 전체가 거대한 현대 미술관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 철학과 쿠사마 야요이의 강렬한 조형물,
그리고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일상의 소란에서 벗어나 예술적 영감과 깊은 휴식을 얻고 싶은 여행자들을 위해,
나오시마에서 꼭 가봐야 할 핵심 명소들을 소개합니다.

1. 빛과 땅의 대화, 지중미술관 (Chichu Art Museum) 나오시마 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상징과도 같은 곳입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이 미술관은
이름 그대로 건물의 대부분이 땅속에 묻혀 있습니다.
아름다운 세토 내해의 풍경을 해치지 않기 위한 건축가의 겸손한 철학이 돋보입니다.
이곳의 백미는 단연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이 전시된 공간입니다.
인공 조명 하나 없이 오직 천장에서 쏟아지는 자연광만으로 작품을 비추는데,
시간과 날씨에 따라 그림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또한, 빛 그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킨
제임스 터렐의 작품들은 관람객에게 시각적 충격을 넘어 명상적인 체험을 제공합니다.

2. 바다와 예술의 경계,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 노란 호박 '자연, 건축, 예술의 공생'을 테마로 한 베네세 하우스는 미술관이자 호텔입니다.
이곳은 실내뿐만 아니라
해변 산책로 곳곳에 니키 드 생팔 등 거장들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어,
파도 소리를 들으며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산책로의 끝에는 나오시마의 아이콘,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푸른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덩그러니 놓인 노란 호박은 묘한
고독감과 동시에 따뜻한 존재감을 발산합니다.
나오시마를 다녀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곳에서 인증샷을 남길 만큼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3. 낡은 집의 예술적 변신, 이에(家) 프로젝트 (혼무라 지구) 섬의 동쪽, 혼무라 지구는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오래된 마을입니다.
'이에 프로젝트'는 이곳의 비어 있는 낡은 가옥이나 염색 공장,
신사 등을 현대 예술가들이 작품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프로젝트입니다.
겉모습은 수백 년 된 일본 전통 가옥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LED 숫자가 물속에서
깜빡이는 '카도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빛을 체험하는
제임스 터렐의 '미나미데라' 등 전위적인 현대 미술이 펼쳐집니다.
좁은 골목길을 지도를 들고 탐험하듯 걸으며,
마을의 역사와 현대 예술이 어떻게 공존하는지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4. 예술 속에서 즐기는 목욕, 나오시마 목욕탕 'I♥유' 미야노우라 항구 근처에 위치한 이곳은 실제로 목욕이 가능한 공중목욕탕이자 설치 미술 작품입니다.
오타케 신로가 디자인한 이곳은 외관부터 키치하고 화려합니다.
각기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수집된 오브제들로 꾸며진 탕 안에서 몸을 담그고 있으면,
마치 팝아트 작품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하루 종일 섬을 걷느라 지친 피로를 뜨끈한 물에 녹이며,
천장에 그려진 그림과 독특한 타일들을 감상해 보세요.
여행의 마무리를 하기에 가장 완벽하고 유쾌한 장소입니다.
5. 바다 앞의 붉은 점, 붉은 호박 나오시마의 관문인 미야노우라 항구에 내리면 가장 먼저 여행객을 반겨주는 것이 쿠사마 야요이의 '붉은 호박'입니다.
노란 호박과 달리 이 붉은 호박은 내부가 뚫려 있어 관람객이 직접 작품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구멍 뚫린 천장으로 쏟아지는 햇살과 바닥에 생기는 그림자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예술이 됩니다.
페리를 기다리는 시간이나 섬에 도착한 직후,
푸른 잔디밭 위에 놓인 거대한 붉은 점과 함께 여행의 시작과 끝을 기록하기 좋습니다.
나오시마는 '본다'는 행위보다 '느낀다'는 행위가 더 중요한 여행지입니다.
전기 자전거를 빌려 바닷바람을 맞으며 섬을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 됩니다.
화려한 도시의 네온사인 대신 쏟아지는 별빛과 예술 작품이 밝히는 이 섬에서,
여러분만의 고요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