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토 내해의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나오시마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과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이곳은 미식가들에게도
숨겨진 보물 같은 장소입니다.
가가와현에 속한 나오시마는
우동의 본고장답게 훌륭한 면 요리는 물론,
신선한 해산물과 섬 특유의 정취가 담긴
소박한 가정식까지 다양한 맛을 품고 있습니다.
미술관 관람으로 영혼을 채운 뒤,
허기진 배를 행복하게 채워주었던
나오시마의 직접 다녀온 맛집 4곳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기본에 충실한 사누키 우동의 정석, 야마모토 우동 나오시마 여행의 시작점인 항구 근처에 위치한 곳입니다.
가가와현에 왔다면 우동을 먹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곳은 화려한 기교 대신 기본에 충실한
사누키 우동을 선보이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구수한 멸치 육수 냄새가 코끝을 자극해 식욕을 돋웁니다.
저는 가장 기본적인 가케 우동과 갓 튀긴 튀김을 주문했습니다.
투명하고 맑은 국물은 짜지 않으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냈고,
무엇보다 면발이 놀라울 정도로 탱글탱글했습니다.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탄력은
왜 이곳이 우동의 성지가 있는 현인지 증명하는 듯했습니다.
주인장 혼자서 운영하는 소박한 가게라
식사 시간에는 약간의 대기가 있을 수 있지만,
그 기다림조차 즐거울 만큼 훌륭한 한 그릇이었습니다.
현금 결제만 가능하니 미리 현금을 준비해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2. 고즈넉한 고민가에서 즐기는 오므라이스, 나카오쿠 혼무라 지역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숨겨진 보석 같은 곳입니다.
낡은 고민가를 개조해 만든 이곳은 겉모습은 평범한 시골 할머니 집 같지만,
내부는 아늑한 카페 겸 식당으로 꾸며져 있어 반전 매력을 선사합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바로 오므라이스입니다.
푹신하고 부드러운 달걀 이불이 밥을 감싸고 있고,
그 위에 진한 특제 토마토소스가 듬뿍 뿌려져 나옵니다.
숟가락으로 달걀을 가르면
김이 모락모락 나며 촉촉한 속살이 드러나는 비주얼이 일품입니다.
소스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풍미가 있어 밥알 하나하나와 완벽하게 어우러졌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고즈넉한 마을 풍경을 바라보며 먹는 오므라이스는
도시의 화려한 레스토랑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맛이었습니다.
저녁에는 간단한 술안주와 함께 바로 운영되니,
하루 일정을 마치고 맥주 한잔하며 여행을 마무리하기에도 좋습니다.

3. 나오시마 특산물로 만든 이색 버거, 마이마이 섬 여행 도중 자전거를 타다가 출출할 때, 혹은 배시간을 기다리며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싶을 때 들르기 좋은 곳입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적인 고기 패티 대신 나오시마의 특산물인 방어(하마치)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생선으로 햄버거를 만든다는 것이 생소할 수 있지만,
한 입 먹어보면 그 편견이 깨집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튀겨낸 생선 패티는 비린내 없이 아주 담백하고 고소했습니다.
아삭한 양상추와 타르타르소스가 어우러져 신선한 맛을 냈고,
번의 굽기 또한 적당했습니다.
가게 앞 작은 벤치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먹는 버거의 맛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을 만큼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4.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건강한 한 끼, 아이스나오 이에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혼무라 지구 골목 안쪽에 위치한 이곳은 건강한 현미밥 세트로 유명합니다.
여행 중 기름진 음식에 지쳤다면
꼭 들러야 할 곳입니다.
쫀득하게 지어낸 유기농 현미밥과
심심하게 끓여낸 된장국,
그리고 제철 채소로 만든 반찬들이
정갈하게 한 상 차려져 나옵니다.
자극적인 조미료 맛에 지친 입맛을
정화해 주는 듯한 건강한 맛입니다.
고기반찬 없이도
충분히 맛있고 든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식단이었습니다.
오래된 일본 가옥의 다다미 방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며 천천히 식사를 하다 보면,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듯한 여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식사 후에는 이곳에서 직접 만든..
디저트나 차를 마시며 잠시 쉬어가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나오시마의 식당들은
대개 운영 시간이 짧고 재료가 소진되면 일찍 문을 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브레이크 타임이 철저한 편이라
방문 전 영업시간 확인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이곳의 식당들은 충분히 찾아갈 가치가 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
그리고 그 음식을 내어주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예술 작품 못지않은 감동을 주기 때문입니다.
예술과 자연,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어우러진 나오시마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끼니 때우기가 아니라 여행의 완성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고요한 섬에서 맛본 소박하지만
깊은 맛의 향연을 여러분도 꼭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